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30만여 종의 생물이 살아간다. 바다는 대기 중의 열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산소의 75%를 공급한다. 그뿐 아니라 인류에게 풍부한 해양 식량과 석유, 가스와 같은 천연자원도 제공한다. 그러나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해양쓰레기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자 해양쓰레기의 주범인 인간도 더 이상 해양쓰레기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해양생태계를 넘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문제, ‘해양 쓰레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
1997년 하와이에서 열린 요트 경기에 참여한 미국인 찰스 무어는 북태평양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났다. 이를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island)’라고 불렀으며, 이후 바다에서 쓰레기 더미의 섬을 발견하는 일이 이어졌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은 면적이 160만 ㎢로 이는 남한 면적(10만 ㎢)의 16배 크기라고 한다. 해양쓰레기는 육상의 쓰레기가 하천을 통해 유입되거나 해안 지역의 휴양지, 상업 및 주거지역에서의 불법 투기, 어로 활동 시 사용되는 그물, 어구, 로프 등의 폐기물 등 다양한 경로로 유입되고 있다.
Our world date(2018)는 2010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의 3%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보고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3%는 약 800만 톤으로 같은 해 세계 참치 생산량의 665만여 톤보다 더 많은 양이다. 또 2010~2025년 동안 해양 플라스틱 누적 배출량은 1억 5,000만 톤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
-
해양쓰레기 중에서도 플라스틱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양쓰레기통합정보시스템은 우리나라의 해안가 40곳에서 수거한 쓰레기 중 플라스틱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58.8%에 이른다 발표했다
국제연합(UN) 보고서에 따르면 8,000만 톤의 쓰레기 중에 8%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1950년대 합성 플라스틱이 대규모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 이후 70여 년 동안 바다를 떠다니다 햇빛에 노출돼 잘게 쪼개져 지구 전역에 스며들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예를 들면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서 먹는 등의 바닷속 먹이사슬에 따라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 나가게 됐다. 그뿐 아니라 매년 100만 마리의 바닷새, 10만 마리의 바다 포유류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목숨을 잃고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에 따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미세플라스틱 섭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
-
우리가 즐겨 먹는 어류 6종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여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모든 어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2015-2020)’ 보고에 의하면 전국 12개 해안에서 서식하는 자연산 굴과 홍합에서 1g당 최대 0.83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 서해·남해 7개 해안의 바지락에서 1g당 최대 1.03개가 나오는 등 어류 6종에서 개체당 최대 4.33개라는 결과가 나왔다.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7장(35g), 2100년에는 50장(250g)으로 급증할 수 있다며 그 심각성을 전했다.
실제 바다제비의 경우 최대 20개의 플라스틱이 소화관에서 나왔으며, 바다거북 폐사체의 83%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1개체에서 최대 229개의 플라스틱이 나온 적도 있다. 목포대 연구진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10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 시판 천일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양쓰레기는 결국 인간에게 다시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검증한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
버려진 쓰레기는 바다에서 자꾸만 쌓이고 있다. 해양환경정보포털이 조사한 2020년 전국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4만 5천258 톤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된 쓰레기는 85% 정도인 12만 2천775 톤으로 조사됐다.
해양쓰레기의 전체 발생량은 추정치일 뿐 훨씬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육지의 쓰레기가 집중호우로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고 있고, 해수욕, 낚시, 어업 등에서 발생한 쓰레기까지 더한다면
추정치보다 훨씬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
-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은 해양 관련 도구를 대여해주거나 쓰레기를 주워 오면 친환경 물품으로 교환해주고 있고, 정부는 해양쓰레기 중 75%를 차지하는 폐어구 관리, 해양쓰레기화를 막기 위해 어구실명제 및 어구 보증금제도를 도입했다. 또 해양수산부는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친환경 부표를 지원하고 있고, 올해 친환경 부표 517만 개를 보급했으며, 2025년까지 기존 부표 모두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할 계획이다.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해양쓰레기 알루미늄 선상 집하장 8개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어업인들이 해양쓰레기를 육지까지 가져오는 불편함을 해소했고, 무단투기를 막아 깨끗한 해양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기업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간단하지만, 효과가 큰 방법이 바로 바다로 쓰레기가 흘러 들어가기 전 쓰레기를 수거하는 ‘비치플로깅((Beach plogging)’과 ‘비치코밍(beach coming)’이다. 비치플로깅은 ‘줍다(플로카 업,plocka upp)’와 영어 달리기(조깅, jogg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것을 말한다. 또한, 비치코밍은 비치코밍'은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해변을 빗질하듯 쓰레기를 줍고, 주운 쓰레기를 재료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 외에 바닷가에 갔을 때 직접 수거할 수 없는 해안선의 쓰레기를 안전신문고 해양쓰레기 신고 앱에 신고하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해안선은 1만 5,000km에 달해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력으로 해양쓰레기가 발생하는 모든 해변을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바닷가에서 해양생태계와 바다 경관을 훼손하는 해양쓰레기를 본다면 귀찮더라도 꼭 신고해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