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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바다뱀 연구소에 오면 살아 움직이는 바다뱀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 사실 바다뱀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자료가 거의 없지만, 자원관은 해양파충류 전문가들이 실제로 연구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을 위한 ‘바다뱀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바다의 코브라라 부르는 ‘바다뱀’ 연구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김일훈 박사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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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생물의 다양성을 연구하고, 표본을 확보·연구·수장하는 기초적인 연구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 대국민 가치 확산 등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다양성을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전시하다 보니 주로 표본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이에 바다뱀 연구소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전시관인 ‘씨큐리움’의 리뉴얼 방법의 하나로 최초 기획되었다.
김일훈 박사는 “바다뱀 연구소는 구축 당시 국내에 서식 증거가 다소 부실한 바다뱀의 출현을 확인하면서 희귀종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희소 분류군을 연구하고 국내 서식을 증명하는 것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대국민 인식증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획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때부터 바다뱀을 연구하는 김일훈 박사와 자원관의 전시기획부가 의기투합해 희귀종인 바다뱀 연구소를 구축했다.
바다뱀 연구소를 준비할 때 바다뱀 연구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개체 전시뿐 아니라 전 세계 출현 동향, 유전적 특징, 육상종과 비교 등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었다. 또한, 육상뱀과 비교를 위해 국내 표본을 가지고 있는 강원대학교 박대식 교수의 샘플을 기증받아 표본을 만들 만큼 공을 들였다. 바다뱀 연구소의 일부를 실제 연구실처럼 꾸며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연구실험실은 실제 연구하는데 필요한 장비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에 깨알같이 박사학위 논문을 함께 전시하는 등 정말 연구실처럼 실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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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뱀 연구소의 바다뱀은 국내에서 발견되는 종을 전시하고 있어 특별하다. 바다뱀은 전 세계에 약 75종 정도가 서식하고 있으며, 주로 열대지방의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종이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추운 바다, 겨울과 봄이 추워 국내 해안에서는 열대성 해양생물이 서식하기 어렵거나 계절적으로 드물게 출현하게 된다.
김일훈 박사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바다뱀의 원래 서식지는 일본의 남부 지방, 남중국해 등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종들의 북방 한계 지역에서 출현 종 수 및 개체 수가 매우 적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바다뱀 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연구 과정에서 이 중 3종의 서식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이 중 넓은띠큰바다뱀, 좁은띠큰바다뱀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강원대학교가 함께 국내 서식을 최초로 확인한 의미 있는 종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다뱀 연구소에서는 현재 넓은띠큰바다뱀 4마리를 사육하며 전시 중이며, 바다뱀과 좁은띠큰바다뱀을 일시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바다뱀과 좁은띠큰바다뱀은 살아 있는 개체를 확보하여 사육하면서 전시했지만, 사육 기술이 정착되지 않아 사육 중 폐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겨 현재는 넓은띠큰바다뱀만 사육 중이다. 사실 바다뱀의 대부분은 맹독이 있어, 상업적인 활용 가치가 낮은 편이어서 국내에서 바다뱀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바다뱀 연구소가 유일하다. 또한, 해외에서도 매우 드물게 전시관에서만 사육하면서 전시하고 있다. 따라서 바다뱀의 사육 방법이 안정적으로 구축되기 어려우며 추후 연구를 통해 다른 종의 전시도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김일훈 박사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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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발간된 우리나라에서 ‘Leonhard Stejneger’의 책에서는 1907년 포시에트만 한국 해역에서 바대뱀(Hydrophis platurus)을 확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바다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김일훈 박사는 “2012년 제가 학위 준비 과정부터 만으로 2년 동안이나 바다뱀을 찾아다녀도 한 마리도 보지 못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야간 조사, 선박 조사 등 직접 조사를 했지만, 찾는 것이 어려워 강원대 박대식 교수님과 의논하여 어촌계를 돌아다니며 100만 원의 사례금을 걸고 바다뱀을 현상 수배하였죠. 2015년 한 어민이 넓은띠큰바다뱀을 포획해 넘겨주었습니다. 그때의 벅차오르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바다뱀을 연구하는 것, 바다뱀 연구소를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최초로 살아 있는 생물을 전시하기 위해 공간을 꾸며야 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해수를 유지하기 위한 수조, LSS, 염분이나 온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특히 월요일 휴관 날 바다뱀을 위해 비상 전기를 가동해야 했던 문제도 있었다.
김일훈 박사는 “한 번은 공사 차량이 자원관 주변 전봇대에 충동해 전기가 한동안 끊겼습니다. 연구동의 주요 기구들은 비상 전기 시스템이 있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전시관은 비상 전기가 들지 않아 정전되었습니다. 당시 날씨가 추워 바다뱀 수도 온도 관리가 되지 않아 바다뱀이 죽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바다뱀은 맹독성을 가지고 있어 수조의 잠금장치뿐만 아니라, 바다뱀이 있는 백도어는 들어가는 출입문을 이중으로 설치하는 등 안전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국내에 백신이 없어 호주에서 바다뱀 항혈청을 들여와서 국립중앙의료원과 협조하여 보관하는 등 별도의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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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 박사는 바다뱀 연구소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곳으로 육상뱀과 비교하는 존을 꼽았다. “바다뱀은 코브라의 일부 그룹인데, 육상의 뱀에서 진화하면서 바다 환경에 적응한 종입니다. 따라서 육상뱀의 특징을 대부분 가지고 있으면서 바다 환경에 적응한 형태를 띠는데요, 중간 형태를 띠는 큰바다뱀과 완전히 바다에 적응하여 육상 생활을 하지 않는 진정바다뱀이 어떻게 변화하여 자연에 적응하였는지를 보여줘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바다뱀의 두개골은 육상의 살모사류에 비해 매우 짧은 독아(독니)를 가지고 있다. 육상의 코브라도 매우 긴 독아를 가지는 반면 해양 생활에 적응한 바다뱀의 독아가 짧은 것은 바다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육상의 뱀들이 주로 포유류와 설치류, 파충류를 잡아먹기 위하여 두꺼운 가죽을 뚫고 혈액에 독을 주입하기 위해 긴 독아를 가졌지만, 바다뱀은 얇은 물고기의 비늘을 뚫기 위하여 짧지만 단단하고 뾰족한 독아를 가지게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일훈 박사는 “희귀 분류군이 파충류 중에서도 국내에서 거의 관심 밖의 존재였던 바다뱀에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다뱀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전시인 만큼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바다뱀 연구소를 찾아주세요.”라며 감사와 당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