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과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온과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플랑크톤의 종 조성이 변화되고 있으며, 유해 생물의 출현 빈도가 높아졌다. 또한, 해양산성화로 해양 생태계가 변해 어업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바다, 그로 인한 해양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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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해 지구의 기후 변화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바다는 전체 이산화탄소의 약 3분의 1을 흡수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빠르게 증가하고, 바다가 허용량 이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었다. 그 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해수와 반응하여 해양 pH를 감소시키고, 해양의 산성도가 증가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해양의 화학적 특성을 바꾸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바다의 산성화가 진행 중이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해양의 순환도 느려지면서 해양생물의 개체 수 감소 및 서식지 이동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지구에 축적되는 열에너지의 약 90%를 바다가 흡수하는 것이다. 남성현 해양과학자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바다가 흡수한 열에너지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전자레인지를 100개씩 가동하는 것과 같고 원자폭탄이 매초 4개씩 폭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즉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의 대부분을 바다가 흡수하고, 해양 생태계의 온난화, 산성화, 저산소화라는 심각한 위협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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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온도가 상승하는 동안 눈에 띄는 네 가지 변화를 보인다. 어떤 변화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바다의 색깔 변화
2013년 태평양 해수면에 붉은 얼룩이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붉은 얼룩의 정체는 바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생긴 해양 열파였다. 해양 열파는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가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해양 열파를 처음 발견했을 때 ‘블롭(Blob)’이라고 불렀다. 블롭은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 있는 괴생명체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점액질 상태로 존재한다. 뇌가 없는데도 사고를 하는 독특한 생물체로 이를 소재로 1958년에 ‘더 블롭’이라는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블롭은 붉은 덩어리 형태의 괴물로 등장했다.
스위스의 과학자 토마스 프롤리셔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18년에 해양 열파가 있는 날의 수가 1982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5°C 높은 날이
100일 이상 지속된 때를 해양 열파로 정의했다. 지금과 같은 지구 가열화가 계속되면 세기말까지 해양 열파가 41배 더 잦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해양 열파의 영향권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며, 동부 열대 태평양, 북극 바다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
2) 바다의 사막화
물로 가득한 바다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다의 사막을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바다의 열대우림 ‘산호 군락’이 바다의 숲인 셈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시작되면서 산호의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호는 표면을 감싸고 있는 조류의 광합성 작용으로 인해 갈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 빛깔을 나타낸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조류가 사라지면서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산호는 조류로부터 영양분 흡수해 살아가는데, 이를 흡수하지 못하면 굶어 죽게 된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대산호초)의 산호도 빠른 속도로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양공원청’(GBRMRA)의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여름 동안 대보초 지역의 산호초 표본 719개를 조사한 결과 654개의 표본에서 백화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표본의 91% 할 정도다.
바다 수온이 상승한 2018년 우리나라의 전남 가거도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연산호의 일종인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국지적인 멸종에 이를 정도로 타격을 심각하게 입기도 했다.
세계산호초감시네트워크(WCRSN)는 73개국 1만 2,000여 개 지역의 산호초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관측해보니 1만1,700㎢의 산호초가 사라졌으며 이는 서울 면적의 20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산호 군락은 해양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형성하며 해양 어종 25%의 서식처이자 먹이를 제공해 무척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획량의 9∼12%를 차지하며 인류 식량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그런 산호초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3) 감소하는 바다의 자원
바다는 다양한 생물, 광물, 에너지자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수산물은 인류에 25%의 생물 상품, 16% 이상의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하여 세계 식량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는 인간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40% 이상을 공급해줄 만큼 식량의 상당한 부분 차지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해양생물의 호흡이 힘들어져 어류의 질식으로 인한 폐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 결과 2020년 일본의 연어 어획량은 기존 대비 1/10로 줄어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과메기, 꽁치, 굴 등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4) 바다 생물의 서식지 이동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 바다 생물들은 더 차가운 물을 찾아 이동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북쪽이나 더 깊은 물 속으로 서식지를 옮긴다. 지중해 평균 수온은 30년마다 1도씩 올랐으며, 상승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대학교 동물학과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생물지리학(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에 논문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양생물들이 더 깊은 바다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중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1985~2017년 지중해에서 실시한 해저 탐사 기록을 메타 분석한 결과 각 해양생물이 거주하는 최소 수심은 평균 55m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생물의 서식지 이동뿐만 아니라 배아 성장, 부화율, 성비 등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을 품고 있는 모래의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지구온난화로 바다와 모래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의 90%가 암컷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 또한, 흰동가리도 해양이 산성화되면서 냄새 맡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서식지인 말미잘을 잘 찾지 못한다. 그리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바다이구아나와 북극곰도 몸의 크기를 줄이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 남동부에서 해안가에서 발견된 북극곰들은 크기가 작고, 새끼도 적게 낳는 등 일반적 북극곰들과 차이가 있었다. 과학학술지‘사이언스’는 앞으로 빙하가 줄어들면 다른 곳의 북극곰들도 이들처럼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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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온도, 바다의 온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 개인들도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41개국으로 구성된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은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보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해저 채굴을 금지하고 서식지를 파괴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수 있는 보호구역의 어업을 금지한다. 정부와 기업은 탄소를 줄여야 바다도 산다며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개인은 바닷가의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일상에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줄이려고 한다.
그리고 선크림을 고를 때도 성분을 따진다.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선크림은 1만 4,000톤으로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환경 파괴의 주범인 성분이 없는 것으로 선택한다.
더 이상 바다가 펄펄 끓지 않도록 모두가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