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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굿 다이버’가 되고 싶어 2002년 제주로 내려와 다이빙 샵을 열었다. 체험 스쿠버 다이빙부터 각종 스페셜 교육 등을 진행했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어느 날 다이버들과 함께 제주 바닷속 물고기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 어류도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 꿈의 여정을 위해 굿다이버 물고기반과 물고기반 뉴스레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 : 굿다이버 김상길 대표
2015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물고기를 연구하는 김병직 박사와 제주도 범섬에서 어류 조사를 하면서 물고기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소수의 연구자가 넓은 바닷속 어류에 대한 자료를 지속해서 수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다이버가 물고기 조사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 지난해 4월에 제주 바닷물고기에 관심이 있는 다이버들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다이버로 구성된 물고기반을 만들었다.

그동안 수중 경관을 둘러보는데, 그쳤던 펀 다이빙에 물고기 관찰과 조사를 추가한 새로운 방식의 다이빙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여러 다이버가 함께 수중에서 관찰되는 물고기의 사진을 촬영하고, 김병직 박사의 도움을 받으며 이름을 알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지식도 늘어 활동이 매우 즐겁다.
1년 동안의 활동 계획을 미리 정하고 한 달에 한 번, 이틀 동안 조사 다이빙을 진행한다. 처음에는 8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20명이 넘는 다이버들이 물고기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 9월에는 3기 회원을 조금 일찍 모집할 예정이다. 물고기반의 활동 무대는 서귀포시 보목동에 위치한 섶섬이다. 작은한개창이라는 다이빙 포인트의 수심 15m 내외에서 물고기들을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다. 지금은 물고기의 이름을 알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섶섬의 물고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관찰하고 기록할 예정이다.

물고기 반은 우선 수중에서 50m 정도의 조사 라인을 설치하고 물고기반 다이버들이 라인 좌우 5m 이내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사진을 촬영한다. 첫날 같은 포인트에서 2회의 조사 다이빙을 진행하고, 다음 날은 첫날의 조사지점 끝부분 근처에서 다시 50m를 새롭게 설정하여 똑같은 방식으로 조사한다. 둘째 날 조사가 끝난 후 다이빙센터에 모여서 이틀 동안 찍은 어류 사진을 보면서 다 함께 이름을 알아가며, 처음 관찰된 물고기는 없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병직 박사와 SNS의 도움으로 궁금한 내용은 실시간으로 해결하고 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김병직 박사와 함께 다이빙하며 물고기 조사에 대한 방법을 개선하고 함께 공부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새로운 물고기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는 매우 뿌듯함을 느낀다.
섶섬 작은한개창에서 관찰할 수 있는 물고기는 모두 100종이 넘는다. 2021년 처음으로 조사를 시작했을 때 물고기가 제일 많이 관찰된 9월에 총 98종이었다. 올해는 참여 인원이 많아져서 지난달에 벌써 104종이나 관찰되었다. 올해 9월에는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물고기반에 참여하는 다이버들이 더 많아지면 조사지역을 점점 넓혀갈 계획이다.
뉴스레터는 김병직 박사와 물고기반 다이버들이 촬영한 사진으로 ‘물고기 뉴스레터’를 만들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서로 공유하기 위해 시작했다. 매달 물고기반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이 직접 촬영한 물고기 사진, 날짜, 다이빙 포인트, 수심, 수온과 당시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고, 그 아래에 김병직 박사가 물고기에 대한 형태적 특징과 분포 등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을 더해 뉴스레터가 완성된다.

뉴스레터는 매주 발행하고 있으며, 현재 열다섯 번째 뉴스레터까지 제주 굿다이버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물고기반에 게시되어 있다. 첫 번째 톱쥐치를 시작으로 꼼치, 검은눈띠망둑, 청복, 눈동미리, 실놀래기, 가막베도라치, 쭈굴감펭, 청황문절, 깃털둥글넙치, 금강바리, 흰동가리, 부채꼬리실고기, 호박돔에 이어 두점긴주둥이놀래기까지 소개했다. 섶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물고기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습성을 보이거나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물고기도 포함되어 있다. 섶섬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의 물고기가 뉴스레터에 소개될 때까지 이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고기반 뉴스레터를 넘어 제주 어류도감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섶섬에서 매달 물고기반 활동을 하면서 다이버들이 관찰한 물고기 종류를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물고기 사진 또는 동영상뿐만 아니라 조사 당시 수온이나 수심 등 다양한 자료를 모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함께 하므로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첫 기록 종인 ‘두점긴주둥이놀래기’를 발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두점긴주둥이놀래기를 처음 발견한 곳도 섶섬 작은한개창이었다. 2015년 11월 김병직 박사와 함께 다이빙 조사를 하고 있었다. 수심 15m 부근 모랫바닥에서 낯선 물고기가 눈에 띄었다. 수중 라이트로 신호를 보내고 김병직 박사를 도와 표본을 확보했다. 물 밖으로 나와서 이 어류가 우리나라 이름이 아직 없는 한국 미기록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과학적인 보고를 위한 어류 표본의 필요성과 중요성도 김병직 박사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학술적인 내용 중심의 어류도감은 있지만, 일반 다이버가 참고할 만한 도감은 많지 않다. 다이빙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물고기이다. 하지만 대부분 다이버에게는 그냥 ‘물고기’일 뿐이다. 다들 나름대로 멋진 이름들이 있지만, 알기 전까지는 비슷한 물고기에 불과하다. 물고기 빙고 게임에서 시작했던 물고기에 대한 관심을 ‘다이버가 함께 만든 제주 바닷물고기’ 도감으로 키우고 싶다. 물고기반 회원들이 하나하나 사진을 모아가고, 김병직 박사의 학술적인 검토와 내용을 더해 갈 계획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한두 사람이 도감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훨씬 수월하고 더 풍성한 도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굿다이버 물고기반을 조직하여 활동하면서 그 꿈을 다 같이 실현하고 다 함께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