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이며 세계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한 호주 북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레인 섬에서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 1세대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 현상의 영향으로 산란지의 온도가 상승해 바다거북의 암수 성비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이상 현상을 살펴보고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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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은 보통 온대와 아열대 바다를 회유하며 서식하고, 주로 열대지역의 해안가에서 산란한다. 부화하는 알의 수는 구덩이의 깊이, 모래의 온도 및 햇빛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수컷과 암컷의 여부는 부화장의 온도가 결정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 김일훈 박사(연구원/이학박사)는 “바다거북의 알은 악어나 일부 파충류처럼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됩니다. 보통 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삼등분해서 그 중간기간 즉, 중기의 온도가 성비를 결정하게 되는 데 그 시기의 부화장 온도가 27.7℃ 이하이면 수컷, 31℃ 이상이면 암컷으로 결정되고 29℃ 정도에서는 암수의 성비가 5:5로 나오는 데 만약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이 더 높아져서 34℃ 이상이 되면 아예 알이 부화가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의 니콜 발렌수엘라(Nicole Valenzuela) 교수(생물학자)의 최근 연구는 그 메커니즘을 더 자세히 설명한다. 그는 파충류의 성을 결정하는 온도를 연구해왔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되었다. 거북의 알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의 극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처럼 온도 변화가 큰 환경에 알을 노출했다. 그 결과 평균 기온이 28℃ 이하인 경우일지라도 온도 변화를 큰 폭으로 경험했던 바다거북 암컷의 출산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렌수엘라 교수는 “이 실험 결과는 기후 변화로 인한 변수로 인해 바다거북이 암컷으로 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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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Florida Atlantic University)가 2019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부화할 때의 부화장 온도가 높으면 암컷으로 부화한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팀은 보카라톤 부근에서 10년 동안 부화하는 새끼 바다거북을 연구한 결과 7년 동안의 무더위 속에서 부화한 거북의 100%가 암컷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플로리다에서 수컷 바다거북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로리다는 지난 4년 동안 기록적인 더운 여름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구 온난화와 관련한 이상 기후가 결국 바다거북의 산란장이 되는 이 지역에서 ‘암컷화’를 촉진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 플로리다 마이애미 동물병원의 한 관계자는 “바다거북이 번식에 필요한 암수 성비가 무너지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향후 몇 년 뒤면 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바다거북은 일부일처제가 아니다. 따라서 알을 낳는 암컷의 수는 개체군 변동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적정한 수컷만 태어난다면 개체군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거북이의 산란장의 경우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화한 알이 물에 잠기면 발달이 멈추고 적절한 산란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바다거북 암컷의 비정상적인 증가가 즉각적인 멸종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문제이다. 유럽의 올해 여름과 같은 극단적인 온도 변화가 계속 발생하면 많은 알이 사멸할 수 있기때문에 기후 변화는 장기적인 생존 측면에서 위험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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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곳곳의 온난화 현장을 취재한 영국의 과학저널리스트 마크 라이너스(Mark Linus)의 <6도의 악몽> 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지구의 온도가 1°C 상승하면 지구의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C만 올라가도 대륙 중앙의 초원은 사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킬리만자로산과 알프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산사태와 가뭄이 발생한다. 2°C 상승하면 과도한 이산화탄소로 인해 해수를 산성화해 해양생태계를 교란한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유명한 희생자는 북극곰이지만 최근의 뉴스에서는 바다거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뉴스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즉각적인 피해는 성비 균형의 붕괴이다. 또 일반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징후는 식량 활동의 가장 큰 적인 서식지 파괴이다.
일례로 호주 레인 섬은 바다거북의 대표적인 산란지를 들 수 있다. 이곳의 해안 모래 지대의 온도 편차 연간 변화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암수 반반 부화가 가능한 29.3°C(표준)를 기준으로 1980년대부터 기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1990년도가 되었을 때 평균온도가 0.5°C에서 1°C가량 증가했다. <6도의 악몽>에서 보듯이 해양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1°C의 차이는 바다거북의 알이 암수를 결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온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거북의 암수 성비가 계속 무너지면 성공적인 산란과 번식이 힘들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리고 바다거북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가 산란하는 습성이 있어 기온이 올라가더라도 자신의 고향을 다시 찾아오게 되므로 더욱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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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위치한 밀맨 섬 해변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이 알을 낳기를 기다렸다가 낳자마자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푸른바다거북 개체수군을 보전하는 일과 생태를 연구하는 ‘거북 냉각 프로젝트(Turtle Cooling Project)의 일원이다.
-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호주지부 활동가들은 120일간 1,272개의 알을 그늘로 옮겨 새끼 바다거북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고, 바다거북 생태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이러한 프로젝트와 연구 활동을 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개체군 여성화’ 현상에 따른 일련의 민간차원의 활동 사례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일시적인 조치일 뿐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바다거북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켜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는 필요성을 일반 대중에게 지속해서 알리고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바다거북은 성적으로 성숙하는 데 긴 경우 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보고 함께 노력을 기울이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해양쓰레기 줄이기에도 힘써야 힌다. 일상에서는 기본적으로 재활용품의 경우 철저히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플라스틱 식품 용기는 따로 씻어서 수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가 되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적은 노력과 생활 속의 실천이 필요하다. 국가별 바다거북의 서식지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김일훈 박사는 “전문가들은 바다의 30% 이상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야 바다거북의 삶의 터전을 최소한 보호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은 어업, 자원, 채굴, 석유 시추 등 인간의 전반적인 산업활동으로부터 해양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핵심 수단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바다거북은 물론 다른 해양 생물들도 해양쓰레기로 인한 오염과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대한 견뎌내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 확보가 마련되는 것이다.
바다거북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 연구자, 정책을 결정하는 입안자들이 관련된 노력을 추가로 기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출처
마빅 [이슈] ‘보호대상 해양생물 한국 연안에서 꾸는 산란과 부화의 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김일훈 박사)
KLAB 유튜브 [크랩] ‘암수 성비가 116대 1? 수컷이 사라져가는 바다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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