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
2022.
2021년 11월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3대 관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9개월여 재직기간 동안 신생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며,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자원 수집·연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종합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토대 구축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최완현 관장. 올해로 처음 맞이하는 바다거북 자연 방류 행사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는 최완현 관장을 만나 바다거북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바다거북은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영물(靈物)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민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리거나 바닷가에 표류할 경우 후하게 대접하여 돌려보낼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가 큰 종입니다.

금번 ‘2022년 바다거북 자연 방류 행사’는 단순히 정부의 멸종위기종 보존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는 행사로 볼 수도 있지만, 나아가 대국민 인식증진을 통해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모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 마련에 실질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대표적인 장수생물로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등 전 세계적으로 7종이 있습니다. 종이나 개체군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종은 8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100년 이상 서식한 사례가 보고된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장수함으로써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바다거북이 최근에 환경 악화와 기상 이변 등 다양한 위협으로 인해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바다거북은 국제적 보호종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개체수가 매우 적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자원관의 노력만으로 바다거북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해양보호생물인 바다거북류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 수립 및 관련 예산확보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받아 바다거북의 인공증식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방류된 ‘매부리바다거북(3년생)’ 3마리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국내 최초로 인공증식에 성공한 개체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쿠아플라넷 제주’, ‘국립해양박물관’, ‘장생포고래박물관’은 각각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기관’으로서 바다거북을 야생에서 구조하고 치료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다거북의 보호 및 개체수 증가를 위해 정부(해양수산부)가 총괄하고 민·관의 다양한 기관들이 각각의 특징을 살려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보존은 모두가 힘을 모을 때만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우리 자원관의 동해 분원인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가 건립(2026년 개소 예정)되면, 이러한 역할을 보다 유기적·효과적으로 수행하여 국가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조·치료 후 방류되는 성체 바다거북 중 일부는 일본이나 남중국해로 안정적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 후 국내로 회유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 출현하는 바다거북이 단지 길을 잃거나 우연히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연안을 풍부한 먹이 섭식지(攝食地)로서 여겨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년에 방류된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의 성체 암컷들은 모니터링 결과, 모두 겨울을 무사히 난 후 바다거북의 주 번식지인 일본 남부 가고시마 일원에서 교미 기간과 산란 기간으로 각 1개월씩 체류한 것으로 구명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구조 후 육지에서 치료 기간을 충분히(1년 이상) 거치더라도 야생에서 적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또한 2020년에 방류한 3년생뿐 아니라 2021년 방류한 4년생 ‘푸른바다거북’도 따뜻한 해역인 대만과 베트남해역으로 성공적으로 이동하였고, 그중 1개체는 베트남에서 겨울을 난 후 5월에 북상하여 제주도 인근 이어도 주변 해역을 거쳐 일본 가고시마까지 회유하였습니다. 이러한 3개체의 이동 경로를 미루어 볼 때 비록 인공적인 환경에서 증식되어 방류할지라도, 자연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구명한 바다거북의 이동 경향은, 한국 연안에서 구조·치료된 바다거북이나 인공적으로 증식된 바다거북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적극적인 방류행위는 야생 개체군의 회복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자원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5번)와 같이 한국에서 방류되는 바다거북을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우선 모든 개체에 국가기호(KOR)가 포함된 고유번호가 새겨진 인식표를 부착 방류하여, 이 중 일부 개체는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함으로써 정확한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수천km를 이동하는 고도회유성 해양생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보전 노력만으로는 개체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바다거북이 회유하는 이동 경로에 속해 있는 국가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공용된 외부 인식표에 국가 기호와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뒷면에 담당 연구자의 연락처를 기재하여 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중국 등의 연구자가 한국에서 방류된 바다거북을 발견할 시 연락해 주고, 한국 역시 외국의 바다거북이 발견되면 공유하는 등 바다거북의 보호를 위한 국제적 공조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사후 모니터링은 바다거북의 기초적인 생태 파악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보호 방안 마련에 필수적 수단입니다. 자원관은 지금까지 3종 30개체를 추적하였고, 올해도 금번 행사에서 방류한 3종 4개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니터링 연구 결과는 향후 정책 결정에 필요한 근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의 바다거북 연구 동향 및 보호에 기여하는 활동과 노력을 알리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 자원관은 그동안 유관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한국 연안의 바다거북 폐사 원인을 구명해 왔으며, 더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하여 올해 4월에 국립생태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바다거북 협력 연구단’을 발족하였습니다. ‘바다거북 협력 연구단’의 주요 역할은, 한국 연안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 폐사체의 부검 연구를 통해 폐사에 이른 원인을 구명하고, 장 내 플라스틱 오염 현황 등을 파악합니다.
동 연구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80%에 이르는 바다거북들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중 상당히 많은 개체가 이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폐사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익사로 인해 폐사하거나 선박에 의한 충돌 등으로 폐사하는 개체도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인식증진을 위한 홍보, 교육 활동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고, 홍보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기획전시(‘11일간의 메뉴’, ‘플라스틱과 바다거북’ 등)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번식하는 바다거북의 특성상, 우리나라에 바다거북 주 산란장은 없으나,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이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우연산란장’으로서 드물게 산란이 관찰되었던 해변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관광지화됨에 따라 번식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이후 관찰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자원관은 우리나라 연안의 모래사장이 바다거북 산란에 적합한지 검토하는 연구를 제주도 ‘중문색달해변’ 서쪽에 인접한 ‘조른모살해변’에서 2년간(’20-’21) 수행하였고, 바다거북이 산란을 한다면 충분히 부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다만, 관광업을 금지할 정도로 가능성이 높지 않아 현재 기획 단계의 후속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현재 ‘서식지외보전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인공증식을 자연환경(모래사장)에서 직접 부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