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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일장은 조선 후기에 상업이 발달하면서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정기 시장이다. 지금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람 냄새 가득 북적북적 왁자했던 시골5일장,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보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추억을 찾아 서천 재래시장과 5일장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정감 가는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오고, 해산물이 팔린 바구니를 ‘탁탁’ 터는 소리가 리듬을 탄다. 새우 한두 마리를 봉지 속에 더 넣어주는 훈훈한 인심의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보았다 시장을 들어서는 발걸음엔 설렘을 얹어보았다. 딱히 무엇을 구매하지 않아도 바다 내음 가득한 이곳은 흥미롭고 재미난다. 밖에서 보았을 때보다 시장은 아주 활기찬 분위기였고 해산물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힘차다. 수족관 안으로 보이는 생선들도 싱싱 아니 탱탱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뽀얗고 고소한 횟감을 찾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발품을 팔았다. 오징어회를 먹어볼까, 광어회를 먹어볼까, 팔딱팔딱 은빛 반짝이는 고소~한 전어를 먹어볼까 행복한 고민에 이집 저집 시세도 확인해 본다. 다리를 챠르르 움직이는 새우도 보이는데 찜통에 한가득 넣고 쪄먹는 생각에 잠시 행복하다.



서천특화시장은 해산물 시장뿐 아니라 농산물 동이 따로 있었다. 야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중 쪽파와 대파는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하늘 높이 손을 들고 ‘어서 오세요’라며 인사하는 느낌이다. 쪽파를 하나하나 다듬는 아주머니의 손길은 그야말로 사랑이었다. 뽀얀 쪽파에 정성이 한가득 담겼다.


매월 3일, 8일로 끝나는 장항5일장이 서는 날이다. 장항5일장은 매력이 넘쳐 이곳저곳을 쉴 틈 없이 둘러보게 된다. 여름내 구슬땀을 흘리며 가꿨을 고추가 아름답게 물이 들었다. 마른 고추의 때깔이 이렇게 곱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식을 키우듯 귀하게 말렸나 보다.

어디선가 맑은 새 우는 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너무나 귀여운 새끼오리들이 새로 만날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오리의 소리는 ‘꽥! 꽥!’이 아니라 ‘끼우 끼우’인 것을 처음 알게 된 날. 새끼오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깃털처럼 내 마음이 보송보송해진다.

옆으로 눈을 돌려보니 시장의 국화가 소담스럽다. 바쁜 생활에 쫓겨 꽃 한 송이 볼 여유가 없었는데 제대로 힐링의 순간이다. 노상에서 판매하는 과일들은 모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냈고 햇밤도 질세라 반지르르 예쁜 낯을 드러내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열리는 한산시장이 정기 시장으로 등록된 것은 1956년이지만 조선 시대 이전에 개설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산 터미널에서 한산초등학교 사이 골목에서 5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조용한 느낌의 시골 장터였다. 나긋한 목소리로 맞아주시는 상인들도 정겨웠다.

한산소곡주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7년 한산소곡주 6차 산업화 지구조성사업으로 재정 지원을 받아 충남 서천군이 설립하였다고 한다. 작은 마을에 70여 군데 양조장 장인들이 만든 술이 모두 모여있고 일부는 시음도 가능하다고 하니 대단할 수밖에. 술이 얼마나 다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한산소곡주는 주재료가 찹쌀과 누룩, 건지산의 물인데 백제시대부터 내려오는 역사가 오래된 술이라고 한다.

멋진 자연을 품은 데다 깨끗한 논과 밭, 산,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었는데 그래서인지 한산모시도 한산소곡주도 전국적으로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나 보다. 작은 국화들, 싱싱한 생선들, 그리고 화끈한 소곡주까지 깊은 가을을 머금은 서천의 시골 재래시장으로 이번 주말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