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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키퍼를 운영 중인 조수경 대표는 3년 전 서핑을 하다 발견한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비치클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핑하는 친구들과 좋은 활동을 하니 뿌듯했는데, 이런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인스타그램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해 지금의 바다키퍼가 되었다고 했다. 현재 정기적인 비치클린을 위해 꾸린 바다키퍼 크루 2기와 함께하는 중이고, 인스타그램 공지를 통해 비치클린 인원을 모집하여 전국의 바다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태그를 타고 들어와 신청하는 경우가 많고 ‘비치클린’, ‘바다 쓰레기’ 등을 검색해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크루는 2년째 운영 중이며 매년 3월에 공식적으로 인원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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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하고 싶어 크루에 들어오기도 하며, 강아지 산책과 동시에 환경정화까지 한다는 사연들을 들으며 참 따뜻한 모임이구나 생각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마음들이 모였지만 결국 바다를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로 통한다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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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키퍼는 기본적으로 ‘바다 사용료’를 지불하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줍습니다. 바다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바다에 간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가 바다에 갈 때만큼은 ‘바다 사용료를 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바다 사용료’라는 용어를 알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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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비정기적 비치클린 인원을 모아 다양한 해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정기모임은 크루들이 각자 갈 수 있는 바다에서 한 달에 한 번 쓰레기를 주워 인증하고, 비정기적 모임은 크루들이 호스트가 되어 직접 인원을 모집해 바다를 청소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 외에는 바다에 가지 않고도 바다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실천하는 방법이나 해양오염에 대한 뉴스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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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살리기 네트워크’라는 협의체에서 부표 세척 프로젝트를 제안해 ‘부표원정대’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부표원정대에 관해 물으니 조 대표는 “아직 첫 삽을 뜬 상황이라 꾸준히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에요. 가져간 부표가 새활용이 잘 되는지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작업은 집하장에 가서 새활용이 될 부표를 고르고 닦아서 플라스틱을 새활용하는 ‘우쥬러브’에 가져다주는 순서로 이뤄집니다.
그 후 부표는 재질 확인 후 분쇄-녹이기-압착 과정을 거쳐요. 압착을 하면 PP(폴리프로필렌)판이 되는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메모보드, 모빌, 의자 등 설계하기 나름입니다”라고 답했다.
조금은 걱정 섞인 대답이었지만 이 부표원정대가 꼭 성공해 여러 번 새활용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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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에 폭죽 사진이 많아 내용을 물었더니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한다.
“폭죽은 정말 갈 길이 먼 숙제와도 같아요. 밤에는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다음 날 아침에는 해변이 폭죽 밭이 되어있거든요. 이게 폭죽을 쏘는 행위와 파는 행위가 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저도 아예 폭죽 자체를 반대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해변에 그대로 두고 가지는 않았으면 해요.”
아름다운 추억의 뒤편에 바다가 고통받고 있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보아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활동하면서 딱히 어려운 점은 없어도 갈 길이 멀고 막연하다는 게 한 번씩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이 작은 일이 진짜 변화를 일으킬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모든 활동이 참 재미있고 함께하는 바다키퍼들의 보람찬 표정을 보면 어려운 것도 다 잊게 된다는 조수경 대표.
“저도 말이 대표지, 그냥 똑같은 개인입니다. 쓰레기를 무심코 버려본 적도 있을 테고, 보고도 못 본 척 흐린 눈 해본 과거가 쓰레기 주운 시간보다 더 길어요. 비치클린 하자고 하면 정말 많은 분이 ‘어우, 그래, 좋은 일 한다.’라고 칭찬은 하시는데 정작 자기는 못 하겠다고 해요. 친구들도 처음에는 귀찮아했고요. 죄의식, 소심함, 두려움, 사람들의 시선 이런 거 신경 쓰지 마시고 쓰레기 하나만 주워보세요. 이후로는 정말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여지실 거예요.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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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바다든 바다가 아니든 쓰레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줍는 습관이 생겼는데 크루들과 주변의 친구들, 바다키퍼 모두가 동일한 증상이라고 설명하며 이전에 없던 환경에 대한 마음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사실 바다키퍼의 꿈은 단순해요. 바다 사용료 지불을 나로부터 시작해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취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바다를 지나는 길, 또는 내가 오가는 길에 쓰레기 하나를 줍는 일이 환경사용료가 된다면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쓰레기를 줍는 일이 환경단체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당연히 해야 할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꼭 기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