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
2022.
무분별한 폐의약품 배출로 인한 수질오염은 과거부터 제기되어 왔다. 폐의약품 분리배출 및 처리 과정 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대두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폐의약품에 의한 수질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폐의약품에 의한 오염은 강물과 해수의 오염뿐만 아니라 해당 수계에 서식하는 수중생물과 결국엔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폐의약품 처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개봉 의약품의 사용 가능 기간은 1년이다. 하지만, 안약은 개봉 후 한 달 내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일회용 인공눈물 같은 경우는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개봉 후 하루 내에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연고류는 개봉 후 6개월 이내에 사용하고 버려야 한다. 조제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약의 조제 일수까지가 사용 기한이다. 이때, 남은 약을 향후에 다시 복용하고자 한다면, 온도, 습도, 보관 일자가 약마다 다르니 보관 방법에 유의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변질, 부패된 영양제나 의약품은 효과를 보장할 수 없고 성분 또한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폐기를 결정한 의약품은 형태별로 분류해 별도의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폐기물(생활폐기물 중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주변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폐농약, 폐형광등, 수은함유폐기물, 폐의약품 등이 해당됨)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버리면 안 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8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쓰레기통, 하수구, 변기 등에 의약품을 폐기한다고 답했으며, 전용 수거함에 배출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폐의약품을 처리하는 방법을 아는 응답자 역시 25.9%에 그쳤다.

이처럼 폐의약품이란 결국 우리가 생활하는 과정에서 배출될 수밖에 없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리 방법을 알지 못해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등에 배출되는 경우가 많아 환경 오염 및 수질 오염 더 나아가 생태계 교란까지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려진 의약품에 의해 환경 오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약품에 대한 처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폐의약품을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인데,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폐의약품은 쓰레기 매립지에 버려지고 이후 처리 과정에서 폐의약품 유출에 의한 토양오염과 수질 오염이 진행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하수구를 통해서 배출하는 경우로 하수구, 변기 등을 통해 버려진 의약품은 결국 강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심하면 수돗물을 통해 다시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 어류 보존단체인 ‘본피시앤 타폰 트러스트’의 최근 공동 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 해안에 자생하는 해양생물에서 약물 오염의 흔적이 나타났다고 한다. 해당 연구는 여을멸(여을멸목 여을멸과의 바닷물고기. 바나나피시(banana fish)·레이디피시(lady fish)라고도 한다)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조사 결과 총 93마리의 여을멸의 혈액과 조직에서 약물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한 마리당 평균적으로 7종의 약물이 검출되었으며, 검출된 약물은 항생제부터 항우울제, 전립선 치료제, 진통제와 같이 우리가 흔히 처방받는 약물로 58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또, 영국 요크대의 세계 강물의 약물 오염 실태 연구에 따르면 현대적 시설을 가진 폐수처리장도 이러한 약물을 완전히 정화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약물 성분이 완전히 정화되지 못해 물이 강과 하천에 유입되고 이는 결국 수질 오염과 그곳에 서식하는 수중생물의 약물 오염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약물로 인한 해양환경오염 문제는 비단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천의 수중생물에게서 흔히 사용되는 진통제, 항생제 등 15종의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같은 지역에서 기형을 지닌 물고기가 생기거나, 항생제 성분에 내성을 갖게 된 박테리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무심코 버린 의약품이 결국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져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폐의약품을 처리할 시 조제약의 경우, 개인 정보가 있는 약 봉투와 비닐포장지는 일반쓰레기로 버리고 알약만 따로 모아야 한다. 또, 눌러야 나오는 PTP(Press Through Package: 플라스틱 시트를 열 성형해 공간을 만들고 정제, 캡슐 형태의 의약품을 넣어 알루미늄박으로 가열 밀봉한 포장으로, 사용할 때는 플라스틱을 눌러 알루미늄박을 찢어 내용물을 꺼냄) 포장 방식의 알약은 케이스를 분리해 알약만 따로 배출해야 한다. 만약 가루약일 경우 포장 종이를 뜯지 않고 그대로 모아 배출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미 뜯은 상태라면 공기 중에 퍼지지 않도록 하나의 봉투에 조심히 모아준다. 물약이나 시럽형으로 된 액체류는 싱크대나 변기 등에 버리지 말고, 병에 모아 새지 않게 밀봉해야 한다. 또 연고와 안약, 코 스프레이, 천식 흡입제와 같이 특수 용기에 보관된 약은 무리하게 내용물을 모으기보다는 그대로 전용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이처럼 의약품은 형태별로 폐기 방법이 다른데, 핵심은 쓰레기통이나 하수구, 변기 등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에서 내용물을 분리한 뒤 지정된 배출장소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된 배출장소는 보통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이며 이곳을 방문하면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이 비치되어 있으니 그곳에서 배출방법에 따라 폐의약품을 폐기하면 된다.


출처
환경의 재앙으로 돌아오는 폐의약품-YTN science
의약품 폐기물-한국해양청소년법학회 해양생태계 보호팀
폐의약품 어떻게 버릴까?-the Picker
버려지는 폐의약품, 해양환경을 병들게 하다!-해양수산부 공식 블로그
먹다남은 약, 어떻게 버려야 할까? 폐의약품 버리는 법-대웅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