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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022년 9월 19일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7th International Marine Debris Conference)가 부산시 BEXCO에서 개최되었다. 부스 곳곳을 둘러보며 해양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던 중 한 단체가 눈에 들어왔다. “레디(ReDi)? Ready(준비가 된)랑 발음이 같네?”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어쩐지 단호한 결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 궁금한 마음을 안고 ‘ReDi’의 부스에 발을 들였다. 웃으며 맞이해주는 해양환경보호단 ‘ReDi’를 향해 나는 다짜고짜 이 말부터 던졌다.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인터뷰 좀 해주세요!”
해양환경보호단 레디(ReDi)는 Responsible Divers의 약자로, 바다를 사랑하는 만큼 책임감 있는 다이버들의 모임을 말합니다. ReDi는 스쿠버 다이빙, 프리 다이빙 모두를 아우르는 다이버들의 해양 보호 활동을 목표로 2020년 3월 발족하였습니다.

ReDi는 회원제가 아닙니다. 봉사에 참여하고 싶은 다이버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ReDi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바다를 찾는 다이버 누구나, 바다를 즐기는 다이빙을 하면서 해양 정화를 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즉, 그린 다이빙 문화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봉사활동을 기획 할 때마다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다이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동시에 봉사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매 봉사 시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희 운영진은 모두 본업을 따로 두고 스쿠버, 프리 다이빙을 즐기는 다이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닷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만큼 바다를 지키는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자 모였습니다.


1. ‘드문’ 정석화 대표님 : 다이빙을 하면서 해양 오염, 기후 변화에 심각성을 느끼고 친환경 화장품을 제작하시게 된 대표님이 계십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적은 사업자금으로 생활필수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자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직접 해변 정화와 스쿠버 수중정화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십니다.
2. ‘오늘다이브’ 나현호 강사님 : 프리다이빙 강사님이며 다이빙팀을 꾸리기 시작할 때부터 그린 다이빙 실천을 목표로 하고 계신 분입니다. 해변 정화와 프리 다이빙 수중정화에 꾸준히 참여하시고, 팀 내 다이버들을 대상으로 그린 다이빙 문화 확산에 힘쓰고 계십니다.
3. 송호준 다이버님 : 레디 해양정화에 거의 매번 참여하시는 열성 그린다이버이십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만든 쓰레기와 탄소발자국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이버로서 사랑해마지않는 바다에 그 마음을 되돌려주고자 열일 제치고 봉사에 참여하시고, 현장에서도 궂은일을 매번 도맡아 하십니다.
4. 박송이 윈드서핑 강사님 : 국내 여성 윈드서핑 대표주자인 박송이 강사님은 스쿠버 다이빙을 포함 수많은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수상레저 전문가입니다. 국내에서 해양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한강을 기반으로 활동하시는 만큼, 본인이 사랑하는 한강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레디의 한강 정화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계시고, 해변 및 수중정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단체 목표는 ‘그린다이빙 문화의 확산’입니다. 레디는 국내 최초로 다이버들의 해양환경보호 활동을 ‘그린다이빙’이란 개념으로 구체화하여 정의하였고, 이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양 정화 및 해양 쓰레기 데이터 축적
스쿠버, 프리 다이빙을 통한 수중정화, 비다이버도 함께할 수 있는 해변 정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레디는 단체 시작부터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해양쓰레기 대응을 위해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매 봉사활동마다 데이터를 수집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2. 해양정화 활동의 규격화
2021년 ‘다이버를 위한 해양정화활동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였습니다. 다이버들이 직접 해양정화 활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입니다. 2022년 해양쓰레기 전문 연구 단체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과 함께 ‘다이버를 위한 수중정화활동 매뉴얼’을 제작, 배포하였습니다. 수중정화활동 매뉴얼은 현재 총 2권으로, 1권은 안전한 수중정화 활동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담았으며, 2권은 스쿠버 다이빙을 통한 수중 쓰레기 조사 방법을 표준화하였습니다. 오는 2023년에는 레디에서 프리 다이빙을 통한 수중 쓰레기 조사 방법을 3권에 담을 예정입니다. 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료로, 한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초로 제작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이미 해외에서 영문판 요청이 쇄도하여 2023년에는 번역본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3. 해양환경교육
레디는 다이버를 대상으로 양질의 해양환경교육 자료를 제작하여 봉사활동 시 다이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도제식일 수밖에 없는 다이빙 교육 특성상, 향후 다이빙 강사분들이 직접 교육을 하실 수 있도록 교육 및 자료를 무상 제공할 예정입니다.



4. 재활용 다이빙 장비 제작
2022년 레디는 사랑의열매x(재)숲과나눔에서 지원하는 (초록열매)사업의 일환으로, 그리고 효성T&C의 후원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 원단을 활용한 다이빙 장비 제작에 도전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먼저 스쿠버 인양백 겸용 SMB(수면마커부이)을 시도하였는데, 이 장비는 다이버가 수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할 때 필요한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또한 수중에서 무거운 물체를 인양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최종적으로 재활용 원단 위에 특수코팅을 입히는 과정이 국내에서 불가하다는 판단으로 재활용 다이빙 장비 제작은 실패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를 계속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러나 프리다이빙용 부이는 특수코팅이 필요하지 않고, 국내의 좋은 기술력을 가진 ‘Deeply’ 라는 프리다이빙 장비 제작업체에서 레디 활동에 좋은 마음으로 힘을 보태주셔서 제작이 가능했는데요. 프리다이빙용 부이는 해녀의 테왁처럼, 프리다이버가 수면에서 호흡을 가다듬거나, 수중 정화를 위한 칼, 가위, 마대 자루 등의 장비를 수납하고, 또 무거운 쓰레기를 옮기는 데 활용합니다. 특히 장비 제작업체가 가진 포터블 부이 디자인의 경우 부이를 가방처럼 메고 이동할 수 있어 수중정화 활동에 적합하였고, 효성에서 자체 제작 재활용 원단을 제공해 주셔서 부이에 적합한 재활용 원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상기 내용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처음에 기획한 스쿠버 인양 백과 프리 다이빙 부이 중, 프리다이빙용 부이만 재활용 원단을 활용하여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기획 의도를 말씀드리자면, 수중 정화 활동을 위해 레디 자체적으로 장비가 필요하였고, 다이버들을 대상으로 ‘해양정화를 위해 지원이 필요한 항목’에 대한 온라인 수요조사를 한 결과, 장비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장비 확보 방안을 고려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장비를 구매하는 대신, 재활용 원단을 활용한 장비 제작을 시도해 보고자 했습니다. 국내 다이빙 장비 업체들도 재활용 제품에 관심이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섣불리 시도가 어려웠기 때문에, 레디의 지원을 통해 장비업체가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재활용 장비 제작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때마침 (초록열매) 지원사업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시고, 효성T&C에서 재활용 원단을 적극 제공해 주셔서 실제로 제작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사이클 채집망의 경우, 2021년 1차로 제작한 바 있습니다. 수중정화에 가장 필요한 물품이자,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셔널 다이빙에는 쓰지 않는 장비이기 때문에 레디가 다이버를 모집하여 수중정화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확보하고 배포해야 하는 물품이었습니다. 채집망의 경우 매쉬 소재로 이루어져 폐그물을 활용하기 수월할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폐그물을 활용하여 가방을 제작하는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와 협의 끝에 1차 제작을 해보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2차로 채집망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폐그물 수급이 쉽지 않아 1차는 실제로 어업 활동 후 버려진 폐그물을 활용했다면, 2차에는 그물 공장에서 불량으로 버려진 폐그물을 활용하였습니다. 큰 마대자루에 아무렇게나 담긴 폐그물을 세척, 건조 및 원단 형태로 감는 텐타 공정까지 거쳐 매쉬 소재를 대체하였습니다. 2차 제작 시에는 위와 마찬가지로 효성 T&C에서 제공해 주신 원단으로 상단부에는 재활용 원단을 활용하고, 하단에는 폐그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채집망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다이버들이 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나올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이를 위해 레디가 더 많은 그린다이버들에게 쓰레기 채집망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레디를 시작하기 전부터 레디 운영진들과 친분이 있는 사진 작가분이 계십니다. 국내외로 내로라하는 수중 사진작가이신데요. (@underwatergraphy) 저는 다이버들이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수중 세상을 탐험하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이 어떻게 황폐화되는 지를 목도하는 증인들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다이빙으로 수중 사진을 찍는 것을 즐겨왔던 운영진들이기에, 바닷속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비다이버들에게 안타까운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사진을 택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쉽게도 생각나는 것이 없지만, 신두사구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가슴아픈 곳이었기 때문인데요.

국내 최대 규모의 사구로써 천연기념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신두사구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여느 바다와 마찬가지로 겨울에 부는 북서풍에 많은 쓰레기가 밀려들어옵니다. 그런데 해변 쓰레기 청소를 담당하는 지자체의 ‘바다지킴이’사업은 연초에 예산이 지급되고, 11월이면 예산이 끝납니다. 가장 심각한 겨울에 공백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약 5km에 걸친 해변, 그 중 신두사구 앞 약 1.7km 길이의 해변에 톤 단위로 쌓이는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신두사구의 특성을 알리는 ‘신두리 사구센터’의 청소와 잡일을 도맡은 일용직 할아버지 두 분께서 80대 고령에도 불구하고 겨우내 봉사활동 차원에서 해변에 쌓인 쓰레기를 청소하고 계십니다. 2-3주 간격으로 톤(t) 단위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일용직 할아버지 두 분이서 추운 겨울 드넓은 해변을 걸어 다니시며 쓰레기를 모으고, 처리할 차량조차 없어서 사구센터 직원의 차를 빌리거나, 동네 주민의 트럭을 빌려 집하장으로 옮기십니다.

레디는 2022년 설 연휴에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요, 푹푹 빠지는 모래 덕에 차가 들어갈 수 없고 해변의 길이도 꽤 되어서 무거운 쓰레기들을 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곳까지 손수 끌어내야 했습니다. 대다수 큰 쓰레기를 할아버지께서 얼추 모아놓으셨음에도 불구하고, 2-300m 거리마다 모여 있는 쓰레기를 트럭에 옮겨 버리는 것만 해도 1톤 트럭으로 10번 넘게 움직였고, 약 20명 가까운 봉사자들 모두가 기진맥진 나자빠졌습니다. 고운 모래에 알알이 박힌 미세플라스틱은 줍다줍다 두고 나와야 했고요. 보호구역에 자비로 1톤 트럭을 운용하는 일 조차 처음에는 불가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냥 걷기에도 힘든 모래사장에서 장정 네댓 명이 달라붙어 끌어내야 하는 무거운 쓰레기들이 그득한 상황이었는데도요. 저희가 그렇게 치웠어도, 몇 주 후에는 다시 그만큼 쓰레기가 쌓일 거라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두 번의 답사와 봉사활동까지, 여러 차례 주변을 살펴본 결과 신두사구 앞 해변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은 해변에 줄지은 캠핑장에서는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신두사구에 바다에서부터 밀려 들어오는 해상기인 쓰레기뿐 아니라 육상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도 많은 이유입니다. 캠핑장과 주변 도로에 불법 투기는 물론이고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해도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신두사구 주변은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묶여 있으니 5km나 이어진 해변의 관리 주체가 국립공원관리공단, 태안군청 내 다수 부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학술적으로, 또 생태지리학적으로 사구와 해변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신두사구 앞 해변은 천연기념물이 아닙니다. 해변 너머의 ‘사구’ 부분만 천연기념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쓰레기는 이와 관계없이 모래들과 뒤엉켜서 해변과 사구를 넘나들고 있는데도 말이죠.

뉴스에서는 2031년까지 11년간 약 52억의 예산을 들여 사구를 정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모두 중요한 데 쓰일 것이라 믿어봅니다. 다만 해양쓰레기 관리가 이러한 사업 내용 중 우선순위로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모래가 육지로 넘어와 쌓이는 사구에는 쓰레기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밀려 들어와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라면 레디같은 비전문가들보다 훨씬 더 잘 아시겠지만, 신두사구는 지형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특수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바, 일반인인 저는 처음 들어보는 희귀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구 관리, 관광 활성화 뿐 아니라 생태 다양성을 위해서도 신두사구에 밀려드는 해양쓰레기의 범기관적 관리가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레디는 올 겨울에도 신두사구에 갈 예정이고, 이 문제를 더 크게 공론화할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할 일은 넘쳐나고, 손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운영진 모두 많은 품과 시간, 사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데도 부족합니다. 운영진들이 사비라도 쓰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단체 운영의 1차적인 목표입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하고 싶은 일을 1만큼 하기 위해서 회계나 행정처리 같은 하기 싫은 일을 100만큼 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듭니다. 그래도 해양정화활동 당일 봉사자분들의 구슬땀을 보면 다시 힘을 내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합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에 살면서도 유독 바다란 참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름에나 한 번 발을 담그는 곳일까요. 하지만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까지 상괭이가 올라올 만큼 자연과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 우리의 일상도 생각보다 긴밀하게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요.
국내에 해양 쓰레기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함과 동시에, 2021년 시스피라시 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가 회자 되면서 많은 분들이 상업적 어업에서 해양쓰레기 원인을 찾으셨습니다. 대형 환경단체들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었고요. 하지만 한국은 다큐에서 그린 모습과 상황이 꽤 다릅니다. 우리 연안에는 낙후된 소형 어선이 과반을 넘고, 저인망 조업은 불법이며, 조직원 모두 열정페이로 허덕이는 지속 불가능한 소규모 환경단체들이 많습니다. (레디도 운영진의 책임감만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또, 어선 등에서 발생하는 해상 기인 쓰레기만 문제 삼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육상 기인 쓰레기도 많습니다. 해수부에서 수집하는 데이터가 확인해주고 있어요. 물론, 많이들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미세먼지 문제가 떠오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외국 탓만 하면 돌아오는 말은 ‘한국 내 배기 가스도 심각하다’ 였습니다. 해양쓰레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대외적으로도 자중하라는 요구를 당당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양 오염의 주범이 어업이라면, 어업을 떠받들고 있는 건 소비자인 우리입니다. 해녀 직송이나 대체 어업으로 잡은 물고기를 구매하는 것도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구 관리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것도 우리들입니다. 바닷가를 찾을 때 실수로라도 물건이 날아가지 않도록, 쓰레기통에 제대로 넣은 쓰레기도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도 우리들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우리들이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바다가 기다려주지 않을 겁니다.



운영진들은 기존에 해오던 일상의 변화를 조금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 지도 끝까지 찾아가는 다이버들인 만큼, 특히 다이빙을 갈 때 가능한 환경부담이 적은 방법을 찾습니다. 개인용 수저 사용, 친환경 비누 사용, reef safe 선크림 사용 등을 지키고자 합니다. 저를 포함한 운영진 몇은 미세플라스틱 발생 저감을 위해 천연 소재의 옷을 주로 입고, 채식 지향을 하는 등 다방면에서 일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의 정도는 모두 다릅니다만, 레디의 향후 활동 계획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인(비다이버) 대상 해양쓰레기 사진전 ‘세이렌’ 확대 전시
- Greenfins (영국 본사의 NGO, 해양보호활동 앞장서는 다이빙샵 연합 형성) 국내 시범 도입
- 프리다이빙을 통한 수중 쓰레기 조사 매뉴얼 (다이버를 위한 수중정화활동 매뉴얼 3권) 제작, 배포
- 안내서 및 매뉴얼 영문 번역 및 해외 단체 공유
- 다이버를 위한 해양환경교육 자료 배포 및 강사진 교육
- 그린다이빙 대회 개최


레디는 다이빙 커뮤니티 내의 그린 다이빙 문화 확산을 제1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닷속의 변화를 직접 목도한 증인으로서 비다이버 분들, 즉 일반 시민들에게도 해양 오염의 심각성과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물론 국내 문제를 놓을 수 없지만, 국내 다이버들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의 다이빙 포인트를 많이 찾는 만큼 해양 쓰레기가 심각한 동남아 지역들과 협업하고자 합니다. 해외 다이빙 포인트에서도 한국인 다이버들이 아름다움을 착취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나누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초국적 다이버들의 협업을 리딩할 수 있는 건 실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인 한국 다이버들이 제격이기도 하고요.


이번 레디의 인터뷰를 마치고 한참을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넘실거리는 물결의 평온감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바다의 속내는 오늘도 아픔에 몸부림치고 있고,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바다의 아픔은 우리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경각해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부터라도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페트병을 줄이고 빨대를 줄이는 등 일회용품의 사용을 자제해야만 한다. 한 명에서 시작된 작지만 적극적인 노력이 일파만파 퍼져나가 바다의 노래를 다시 들을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