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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지구의 모든 생물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살아간다. 즉, 자신만의 삶의 터전에서 삶을 지속하고 영위해 나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점차 그물을 넓게 펼쳐 바다의 영역을 침범해 가고 있으며, 효용 가치가 떨어진 쓰레기들을 바닷속에 던져 넣고 있다. 그렇게 버려진 폐어구는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아 수백 년을 살아온 거북이를 죽이고, 침적된 쓰레기는 수많은 해양생물을 죽이고 부메랑처럼 돌아와 인간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자격으로 바닷속 생물들에게 ‘삶’이 아닌 ‘생존’을 강요하게 된 것일까. 다시 그들에게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바닷속 환경을 돌려주도록 하자.


국내 연근해에서 사용 후 방치되는 폐어구는 연간 4만 4천 톤 정도 되지만, 수거율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폐어구뿐만이 아니다. 이를 포함한 바닷속 침적 쓰레기는 11만 톤에 달하고 물고기 피해액은 연간 3,700억 원에 달한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는 매년 64만 톤에 달하며, 이러한 폐어구가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해되지 않고 해양생물보호종을 비롯한 숱한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한다.

해양보호생물이란?
1. 우리나라의 고유한 종
2.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종
3. 학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은 종
4.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있는 종

2022년 현재 우리나라 해양보호생물은 포유류 19종, 무척추동물 36종, 해조류/해초류 7종, 파충류 5종, 어류 5종, 조류 16종으로 총 88종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제작 배포한 ‘2021 연안여객선 부유물 감김 사고 현황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총 1만 3,687건의 해양사고 중 부유물 감김 사고가 11%(1,572건)를 차지한다고 하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는 세계에서 매년 약 30만 마리의 돌고래와 고래가 폐그물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목숨을 잃는다고 전했다.
해양폐기물은 이처럼 바다 생물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각종 해양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실은 폐그물에 걸려 죽는 해양 생물의 사례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이른바 ‘유령그물(Ghost net)’이라고 불리는 바다에 버려지는 폐그물은 물고기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물로 어업을 하다가 그물을 잃어버리거나 그물을 무단 투기하면 물범이나 고래, 거북이와 같은 해양 동물이 걸린다. 이들은 그물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생기거나 결국 벗어나지 못해 몸에 걸고 바다를 헤엄쳐 다니다가 몸이 졸려 죽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각종 바다 동물 13만 마리가 그물에 걸려 폐사하고, 폐통발에 어류가 갇혀 죽는 등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푸른바다거북이는 울산 앞바다에서 폐그물에 걸린 채 구조되었으며, 그보다 앞선 7월에는 제주 한담해변 인근에서 붉은바다거북이가 폐그물에 걸려 왼쪽 앞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세계유령어구기구(GGGI)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기록된 폐어구 얽힘 사고는 무척추동물에서만 49만 건이 넘는다. 유실되는 양도 까마득하게 많다. 세계 7대 어업 국가에서 어부 4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년 지구를 18바퀴 감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양의 폐그물이 버려지고 있다고 집계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기존 그물을 대체할 ‘생분해 그물용 원료’ 4종류를 새로 개발했다.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물속에서 분해되는 그물을 개발한 것으로 폐그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앞서 2005년에 세계 최초로 PBS(폴리부틸렌석시네이트)가 원료인 생분해 대세자망을 개발해 어업 현장에 보급했었다. PBS 원료로 만든 대게 자망은 대게 어업에는 적합했으나, 꽃게, 참조기 등 다른 생물을 잡을 땐 부적합했다. 가격도 일반 어구에 비해 2~3배 비쌌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생분해 그물용 고성능 원료 개발과 생산비 절감 연구를 추진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새로 개발한 원료 4종은 기존 생분해 그물용 원료에 비해 강도, 유연성, 분해성, 친환경성 등이 좋아졌다. 원가도 기존에 비해 5%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신규 원료로 제작된 꽃게 자망과 참조기 자망도 기존 나일론 그물과 동등한 성능을 보였다. 신규 원료로 만든 그물실의 파단강도(그물실이 끊어지기까지의 최대힘), 신장률(그물실이 늘어나는 비율) 등 주요 물리적인 특성값이 기존 나일론 그물실의 95%까지 근접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발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일반 어구와 달리 생분해 어구는 바닷속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후년에는 강도가 저하돼 재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여전히 어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바닷속 '유령그물'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해양 환경 보호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ESG 흐름을 타고 해양 환경 보호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해양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기업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미국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는 시셰퍼드 글로벌과 함께 유령그물 및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오션 버블 버디'를 선보였다. 오션 버블 버디는 비누가 무르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비누 받침이자, 비누를 잘게 갈아 족욕이나 애벌빨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솝 그레이터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는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제7차 국제 해양폐기물 콘퍼런스에서 폐어망 리사이클링 플리츠백을 공개했다. 이는 국내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품으로 만든 첫 사례다.
삼성전자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제품 만들기에 나섰다. ‘유령그물’로 불리는 폐어망을 인도양 인근 해역에서 수집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올 초 삼성전자는 유령그물을 스마트폰 부품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향후 갤럭시 기기 등에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양 오염을 줄이는 데 일조함과 더불어 사용자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목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지난 5월 바다의 날을 맞아 폐어망 재활용 소셜 벤처 기업 넷스파와 협력을 체결하고 폐어망 수거 및 운반 시스템 구축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8월엔 삼양사가 넷스파와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활용한 자동차 내외장재용 플라스틱 생산을 예고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담이 있다. 당장의 과실과 보이지 않는 허물은 언젠가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으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해양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몇몇의 단체와 정부 및 개인들의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과오를 바로잡고는 있지만, 아직도 국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막대한 양의 폐어구 및 쓰레기들이 유실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수거와 활용만으로는 바닷속 유령의 공포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류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며, 저마다의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우리를 살게 하는 이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출처
바닷속 위협하는 '유령 그물'…해양 환경 보호 나선 기업들 눈길-데일리안
[펭귄수첩] 바닷속 유령의 '트릭 오어 트릭'-뉴스펭귄
바닷물에 녹는 '착한 그물', 정작 어민은 외면하는 이유?-SBS NEWS
조업 마다하고… 양양 바다서 ‘폐그물·통발 쓰레기’ 40t 건졌다-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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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100m에 버려진 그물 천지…물고기도 해녀도 위협-S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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